곡성(哭聲), 2016
1. 사건과 전말
공식줄거리(네이버)
낯선 외지인(쿠니무라 준)이 나타난 후 벌어지는 의문의 연쇄 사건들로 마을이 발칵 뒤집힌다.
경찰은 집단 야생 버섯 중독으로 잠정적 결론을 내리지만
모든 사건의 원인이 그 외지인 때문이라는 소문과 의심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간다.
경찰 ‘종구’(곽도원)는 현장을 목격했다는 여인 ‘무명’(천우희)을 만나면서
외지인에 대한 소문을 확신하기 시작한다.
딸 ‘효진’(김환희)이 피해자들과 비슷한 증상으로 아파오기 시작하자 다급해진 ‘종구’.
외지인을 찾아 난동을 부리고, 무속인 ‘일광’(황정민)을 불러들이는데...
이번에는 최근에 가장 뜨겁게 대중들을 달구었던 영화 곡성입니다. 곡성은 실제로도 전라남도에 위치한 지명입니다. 물론 한자로는 뜻이 다릅니다. 이 영화에서 말하는 곡성은 곡소리를 나타내는 한자를 뜻합니다.
곡성은 보시는 바와 같이 공식 줄거리에서 많은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예고편에서도 많은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곡성이 단순히 많은 궁금증, 그리고 영화의 이름과 같은 요소들에 의해서 유명해진걸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곡성을 보신 분들이라면 콧방귀를 낄 수도 있는 이 부분에 대해서 저는 영화 곡성의 흥행요소에 대해 리뷰를 통해 하나하나 짚어나가볼까 합니다.
2. 소재
이번 영화의 장르는 공식적으로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단순히 귀신이 나오는 공포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왜냐하면 오컬트를 영화의 방향으로 손잡고 가기 때문이죠. 물론 오컬트라는 부분이 명확히 공포물로 인식이 되지는 않지만, 공포물의 특성상 비현실적인 면모에 있어서 교집합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공포물이라고 인지를 할 수 있게 된겁니다.
서두가 길어졌지만 이 영화의 소재는 없습니다. 스릴러를 자처하는 이 영화에서 가장 중심소재가 되는 것이 무어냐고 물어본다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방향을 제시하는 수단이기 때문이죠.
스릴러, 미스테리이지만 영화는 이야기를 끌고 나갈 의무성을 과감하게 버렸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애초에 처음부터 관객들이 그 이야기를 흠모하고 가꾸어 나가게 할 장치였고, 이 영화는 프리퀄도, 시퀄도, 스핀오프도 만들 의무감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 나오는 문구를 인용하자면 “그놈은 그냥 미끼를 던버분 것이고”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제작진이 대중에게 던져버린 미끼라는 것. 그치만 미끼인줄 알았던 건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이었죠.
우리는 이러한 과정에서 아무것도 없는 것이란 걸 인지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해서 흥미를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3. 연출
감독은 나홍진 감독으로 그는 추격자, 황해 등으로 이미 유명해진 감독입니다. 또한 이번에 곡성을 통해서 한 층 더 업그레이드 되고 섬세해진 영화를 보여줌으로 더욱 티켓파워가 강해진 감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홍진감독은 영화를 통해 어떻게 표현을 했을까요.
먼저 영화는 수많은 떡밥을 던져댑니다. 하지만 안개속을 걷는 중에 발에 채인 돌부리같은 느낌이 아니라, 눈 앞에 아주 선명하지만 그 속은 모르게 만드는 것과 같은 느낌입니다. 이런 것들은 각 배역을 불친절하게 소개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예를들면 천우희와 쿠니무라 준, 황정민의 등장은 사실 아주 표면적인 것이었죠. 특히 천우희와 쿠니무라 준같은 경우에는 표면적인 부분조차도 없는 수준이었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한 배우의 등장이 표면적이었다는 것 이외에도 이 영화는 아주 디테일한 부분을 살려냈습니다. 금어초를 직접 재배한다거나, 폭포를 맞는 장면, 고라니를 뜯어먹는 장면 등 많은 부분에 있어서 그 노력과 섬세함이 보입니다. 마치 결벽증 환자처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캐치해내는 것처럼 말이죠. 이 부분은 비하인드 스토리로 많이들 찾아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니 직접 찾아서 보시는 것도 좋을거라고 생각되네요.
세 번째로 영화는 방향이 없습니다. 미스테리와 스릴러를 자처하는 이 영화는 아주 당당합니다. 선과 악이 없는 구도는 구도 조차도 어디로 가야할지 모릅니다. 관객은 인물에게 감정이입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어떤 것도 정착하지 않고 꾸준히 허공을 떠돕니다. 이 허공을 떠도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관객의 감정이었죠. 하지만 분명히 어느정도 길라잡이는 존재합니다. 그러나 선택은 오롯이 바로 당신, 관객의 것이란 것임을 영화를 보고 난 후에 깨닫게 만들 정도로 영화의 방향은 무질서하기 그지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굵직한 스토리와 이걸 이끌어 나가는 리더는 분명히 없습니다만 그럼에도 우리가 이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더 있습니다. 바로 오컬트입니다. 요 근래에 오컬트적인 요소가 담긴 영화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 본 흥미로운 영화중에서는 파라노말 엔티티와 검은사제들이 있습니다. 둘 다 악령, 퇴마에 관한 이야기죠. 한 가지 더 꼽자면 제임스 완 감독의 컨저링이 있습니다. 이런 오컬트 요소들은 이제는 보이지 않거나 단순히 형체만 보이는 귀신의 수준에서 좀 더 보이는 형태와 그들이 갖는 사후세계, 악령들의 세계, 지옥과 같은 세계관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하면서 그 인기가 급증하게 됐습니다. 물론 곡성이 이런 흐름에 편승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이런 시대의 흐름을 어느정도 엿보고 진입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동양중에서 한국이라는 국가만이 갖고있는 오컬트적 요소를 매우 잘 소화해냈습니다. 연기자의 연기력또한 손색이 없었으나, 이를 잘 매칭시키는 것은 연출의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많은 매력적인 요소들 뒤에는 한편으로 아쉬움이 있기도 합니다. 떡밥이 아주 많은 줄거리는 미스테리함을 넘어서 개연성이 다소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재밌지만 아주 어려운 문제집을 푸는 기분을 받았습니다. 답안지의 풀이를 보지 않는 한 또한 스릴러 그 이상의 긴장감을 웃돌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뒷심이 떨어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천우희가 곽도원을 막아서며 설득하는 그 시간은 마치 한 차례 쉬는시간과도 같았습니다.
4. 연기자의 연기 수준 및 컨셉
곽도원이라는 주연배우를 섭외했음을 보았을 때 저는 과연 감독이 어떤 절묘한 수를 노리고 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지만 후일담으로 감독은 차선책으로 곽도원이란 배우를 선택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곽도원이라는 배우는 언제부터인가 씬스틸러로써 그 역할을 충분히 해냈으며 자신의 연기관을 마음껏 펼치는 것 같았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그의 모습은 선과 악을 넘나드는 모든 역할을 소화해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도 그의 연기력은 더할나위없이 아버지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쿠니무라 준이라는 배우에 대해서 사실 잘 알지 못했습니다. 워낙에 영화를 잘 모르다보니, 그저 보고 즐기는 것뿐이었고, 개인적으로 정말로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한국 특유의 오컬트적인 요소를 잔뜩 도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인의 역할이 아주 매끄럽게 떨어지는 것은 감독을 비롯한 제작진의 노력과 이 배우의 연기력과 몰입성이 시너지를 발휘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세 번째로 천우희라는 배우에 대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애당초 현아가 캐스팅되겠다고 했을때는 약간의 의구심이 들었지만, 이러한 의구심은 천우희라는 배우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이 영화속에서 비추어질 이미지가 제 머릿속에서는 많이 겹친다고 생각을 했고, 그 이미지 자체가 영화에는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예상외로 연기력을 지탱하는 그 몰입성에서 천우희라는 배우에 대해서 많이 놀랐습니다.
다음으로는 황정민의 등장입니다. 기존에 곡성이라는 작품은 15년도에 촬영을 마쳤으나 16년에 개봉을 하게 됐습니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그런 속사정이 있었지요. 이때까지 황정민의 작품은 신세계 이후 매우 비슷한 행보를 했습니다. 판이하게 비슷한 성격의 캐릭터만을 이끌어온 그는 이 영화계에서는 약간 진부하고 흐릿해지는 경향이 보이기도 했지만, 이번 곡성을 통해서 어떤 변화를 이끌 것인가 기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 기대에 맞추어 그는 자신의 연기력을 무한대로 뽐냈습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이 15년도에 촬영이 마쳤다는 것을 감안할 때 우리는 아직 그의 선택이 흥미로운 선택이 될지는 조금 더 심사숙고해 보아야 할 단계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김환희 배우입니다. 감독은 이 영화의 MVP, 최고의 배우를 이 아역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왜 그랬는지 영화를 보고나면 알 것 같습니다. 분명히 촬영 현장에서도 이 작은 몸으로 발산해내는 엄청난 열기에 휩싸였을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하지만 저는 다소 이 영화에서 어느 배우도 넘버원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설계되어진 배우들이기때문이고 그런 설계를 아주 충실히 수행했기에 그 누구도 튀어보일 수 없기떄문이죠. 김환희 아역의 연기력만 놓고 본다면 넋을 놓고 볼 것 같습니다. 특히 광적인 식욕을 보여주는 그 장면은 잊기 힘들정도로 소름이 끼쳤고 이 영화에서 가장 유행했던 대사인 ‘뭣이 중헌디’는 과히 이 어리지만 어른스러운 배우의 작품입니다.
5. 마지막으로
곡성이란 영화는 정말로 무궁무진한 영화입니다. 마치 미친 듯이 넘쳐나는 물줄기를 156분이란 울타리 안에 가둬놓은 것 같습니다. 그 물 속에 관객들과 배우를 빠트리고 숨도 못쉬게 만드는 이 영화의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어느 하나 사소하거나 비중이 아주 큰 배우도, 연출도, 소품도 없습니다. 모두가 정말 미궁으로 빠져들게 만들만큼 비중도에 있어서 흐릿하게 만들어 놓은 그 설계는 감탄할 수밖에 없습니다.
진부하고 지루해보일 수도 있지만 훌륭하게 여러 요소들을 섞어놓았습니다. 우리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각종 매체를 통해서 의미를 찾고 정보사냥을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감독은 특별히 계산하지 않은 부분마저 관객이 의도를 찾아 헤메는 모습이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부분에 대해 흥미롭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일상생활의 연장선이 되는 시대가 다가오는 것인지, 혹은 그저 단순히 여러 시간을 놓고 보았을 때 잠깐 파생된 유행의 후발주자인지말입니다.
곡성, 정말로 재밌다고는 못하겠지만 장르와 연출에 매우 충실한 그들에 대해서 탐문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라는 세계는 너무나도 무한대라고 생각합니다. 올해의 최고 영화가 곡성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아직까지 많은 영화들이 즐비하게 남아있습니다. 최고의 영화기 때문에 최고의 재미라는 딱지는 떼시고 그 긴장감 넘치는 곡성으로 빠져들기를 추천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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